비욘드포스트

2025.01.20(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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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포스트 조동석 기자] 미국 트럼프 2기 정부가 제2의 플라자 합의 즉, 인위적 달러 약세를 시도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달러 강세는 트럼프 관세정책의 효과를 약화시키므로 제2의 플라자 합의를 원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문제는 인위적 달러약세 실현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트럼프 2기 금융, 외환시장은 지난 몇십 년간 시도되지 않았던 관세전쟁, 제2의 플라자 합의와 같은 다양한 변수들의 전개 양상에 따라 크게 변동할 수 있으므로 종합적 시각으로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하나금융연구소에 기고한 ‘트럼프 2기 관세정책과 제2의 플라자 합의 가능성’ 글에서다.

2025년 초 미국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는 트럼프 2기 정부가 제2의 플라자 합의를 추진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을 끌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의 모리스 옵스펠드 교수에 따르면, 트럼프가 달러를 약세로 전환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달러 가치를 조정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1985년의 플라자 합의와 유사한 조치가 현실화되면 달러가 약세로 전환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는 절상되게 된다.

보고서는 “환율의 인위적 조정 가능성은 관세정책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관세정책의 부작용을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환율조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관세를 경제정책의 중요한 수단으로 쓰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 교수는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의 보호와 창출, 무역수지 개선, 나아가 경제성장이 주된 목표라고 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교과서에 따르면 이러한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환율이 자유롭게 변동하는 한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관세로 타국 상품에 대한 수입 수요를 인위적으로 줄이면 타국 사람들은 달러를 얻기 힘들어진다. 그러면 외환시장에서 달러가 희소해져 달러의 가치가 올라가고, 미국 상품이 세계시장에서 비싸지는 효과가 나타나 미국의 수출이 줄어들게 된다.

미국의 수출산업은 위축된다. 보고서는 “산업 간 조정이 일어나는 효과는 있을 수 있어도 무역의 이익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면서 무역수지가 개선되지 못하고 경제성장 효과도 제한된다. 환율 절상이 관세정책의 성공을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때 관세정책을 성공시키는 하나의 방법이 환율의 절상을 인위적으로 막는 것이다. 예컨대 고정환율제에서는 미국이 관세로 타국 상품 수입을 줄였을 때, 타국 사람들이 달러를 얻지 못해 달러가치가 상승하려 할 경우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달러를 공급하게 되므로 달러가치가 오르지 않고 수출은 줄지 않아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용이해진다.

따라서 관세정책의 성공을 위해 트럼프가 달러가치를 인위적으로 하향 안정화시키고자 할 것이라는 예측은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달러가치가 하락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여기에도 많은 장애물이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낮추는 데 협력한다고 하자. 그러면 이들 국가는 미국에 대한 무역수지 흑자가 감소하는 동시에 벌어들이는 달러의 규모가 줄어들게 됨에 따라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는 트럼프의 감세정책으로 인해 늘어날 것이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재정적자로 국채 발행이 늘어날 때 많은 물량을 소화해주던 동아시아 국가들이 예전 같지 않게 되면 미국 국내에서 이 물량을 소화하기가 버거워지고, 국채금리는 상승하게 된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인하를 시도할 수는 있지만 이 또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만약 트럼프 정부가 미 연준에 통화정책을 대폭 완화하도록 압력을 넣는다면 관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 압력,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으로 인한 저임금 노동력 감소와 맞물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때 완화적 통화정책은 더 어려워진다.

하 교수는 “제2의 플라자 합의 가능성을 평가해 보면, 트럼프 정부가 그것을 원하게 될 확률은 높지만 그런 시도가 실제로 잘 작동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고 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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