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아는 게 많아질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알고 싶은 게 많아진다.
나이가 들면 모든 게 이해될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이해하려 애써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나이가 들면 무조건 어른이 되는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어른으로 보이기 위해 항상 긴장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모든 게 편해질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많이 공부해야 하고, 더 많이 이해해야 하고,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 애써야 한다.
끝없이 끝없이…
나이가 들면서
짙은 향기보다는 은은한 향기가
폭포수보다는 잔잔한 호수가
화통함보다는 그윽함이
또렷함보다는 아련함이
살가움보다는 무던함이
질러가는 것보다 때로는
돌아가는 게 좋아진다.
천천히 눈을 감고 천천히
세월이 이렇게 소리 없이 나를 휘감아가며
끊임없이 나를 변화시킨다.
절대 변할 것 같지 않던 나를
“나이가 들면서…”
최정재 시인의 《깊고 넓게 은은하게 나이를 먹을 수 있다면》입니다. 시라기보다 솔직하고 담백한 고백처럼 보이는 반성 같기도 하고, 다짐 같기도 합니다. 참어른이 부재한 시대에 꼰대로 나이 먹지 않으려고 늘 노력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시를 읽으며 새삼 느낍니다.
예전 다니던 회사 근처의 한 버스정류장입니다.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얘기는 이제 추억이 돼버렸습니다. 요즘은 기다리는 버스가 언제 오는지, 자리는 여유가 있는지 다 알 수 있습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불확실성이 하나씩 하나씩 제거되고 있습니다. 나이듦과 죽음의 순간도 그 옛날의 버스처럼 불확실하다가 이제는 확실하게 알게 되는 날이 곧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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