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웃 영화 같은 데서 보면 생판 처음 보는 사람끼리 자연스럽게 얘기 나누는 걸 흔히 봅니다. 가령 기차 옆자리에 앉거나 식당 같은 데서, 또는 같은 장소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서로 모르는 사람인데 통성명을 하고 인사를 나눕니다(물론 영화니까 남녀 간에 수작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라서 그런가 싶지만 실제로 미국에서 살다 온 사람에게 들으니 확실히 그런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흔히 말하는 스몰토크, 진짜 시답잖은 얘기입니다. 날씨며, 옷차림, 최근 본 책이나 영화 같은 진짜 사소하고 가벼운 주제들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그런 일을 겪은 적이 별로 없습니다.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그렇습니다. 기차나 지방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도, 혹은 공항이나 대합실에서 차를 기다리면서 옆에 앉은 사람과 특별한 의도 없이 인사를 하거나 스몰토크를 나눈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카페나 식당에서도 서브하는 종업원 외에 다른 손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습니다. 아주 드물게 내가 먼저 말을 건넨 적이 있지만 상대가 움찔하고 경계하는 모습을 본 다음부터는 웬만해선 그런 무모한 시도를 하지 않습니다.
서양문화는 좋고 우리가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낯선 이들과 쉽게 대화하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의 특성이며 문화적 관습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매정한 것은 또 아닙니다.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거나 불의한 것을 보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모르는 사람이라도 팔 걷고 나서 도와주는 것도 정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입니다.
가뜩이나 스몰토크가 서먹한 문화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대화할 일이 점점 줄어듭니다. 사전에 문자나 예고 없이 갑자기 전화하면 당황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택시를 잡거나 식당, 미용실에 예약하려고 전화하면 ‘앱으로 예약하세요’라는 대답을 듣기 일쑤입니다.
그러다 보니 택시기사나 미용실의 헤어디자이너와 대화하는 시간이 반가울 때가 있습니다. 시답잖고 가벼운 이야기는 오히려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편할 수도 있습니다. 안 그래도 세상이 점점 삭막해지고 각박해지는데 낯선 이에게 말을 걸 기회조차 줄어드는 건 좋은 현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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