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5.02.11(화)
[신형범의 포토에세이]...그림자
금방 시드는 꽃 그림자만이라도 색깔 있었으면 좋겠다

어머니 허리 휜 그림자 우두둑 펼쳐졌으면 좋겠다

찬 육교에 엎드린 걸인의 그림자 따듯했으면 좋겠다

마음엔 평평한 세상이 와 그림자 없었으면 좋겠다

함민복의 시 《그림자》입니다. 그의 시는 대부분 자본과 욕망의 시대에서 한발 떨어져 살아가는 그의 삶과 닮아 있습니다. 시인은 없는 게 많습니다. 서울의 달동네와 친구 집을 전전하다 우연히 놀러 간 마니산이 너무 좋아 강화도에 둥지를 틀었다는 시인은 돈도, 집도, 자식도 없지만 대신 여유와 편안함을 가졌습니다.

그림자는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갖고 있는 분신과도 같습니다. 햇빛이 비치는 밝은 쪽의 반대편에 그 존재가 품고 있는 상처와 아픔과도 같습니다. 때로는 의식 아래 존재하면서 의식과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을 은유할 때도 있습니다.

꽃은 짧은 생을 살다가 지는 유한하고 사소한 생명체입니다. 생명은 한정된 시간 동안만 존재합니다. 그런데 그 찰나와도 같은 순간에 그림자만이라도 색깔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유한한 시간이 빛났으면, 하고 소망합니다.

세월의 폭력에 휘어진 어머니의 허리와 굴곡진 삶은 펴졌으면 좋겠고, 차가운 현실이 외면한 사회적으로 소외된 약자는 따뜻하게 배려하며 포옹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랍니다. 그럼으로써 궁극적으로 바라는 이상적인 세상의 모습을 상상합니다.

시인은 그림자를 통해 모든 생명이 가진 그늘에 대한 통찰과 포용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 영혼의 안식과 평안, 마음이 평평한 세상, 고랑과 이랑이 물결치는 마음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세상을 꿈꿉니다. 사진을 보다가 문득 횡단보도 그림자도 색깔이 있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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