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은 재미있고 황당하고 어이없는 얘기입니다. 50대 중반의 유명 배우가 소셜미디어에 나와 말합니다. 배우는 중학생 때 자기 혈액형이 A형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생물 과목을 배우면서 ABO식 혈액형을 통해 가족끼리 연관성을 추론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집에 돌아와 확인했더니 엄마는 B형, 아버지는 O형이라는 겁니다. 배운 대로라면 자기 같은 A형 자식이 나올 수 없습니다.
이때부터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아, 나는 엄마 아빠의 친아들이 아니구나. 그랬구나, 그래서 나를 그렇게 구박했던 거구나. 어머니가 늘 ‘남편이 1순위 자식은 2순위’라고 했던 말도 비로소 이해가 됐습니다. 자라면서 엄마 아빠가 자신을 서운하게 했던 모든 일들을 돌이켜보니 말끔하게 정리가 됐습니다.
그러면 친부모는 누굴까, 왜 버렸을까, 경제적으로 어려웠나, 친부모를 찾아볼까.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고민은 갈수록 깊어졌습니다. 고민 끝에 생각은 두 가지 갈림길에 도달했습니다. 친부모를 찾을 것인가, 아니면 그냥 모른 척하고 살 것인가.
의외로 결론은 쉬웠습니다. 괜히 친부모를 찾았다가 서로 곤란한 입장에 놓일 수 있으니 여태 그랬던 것처럼 그냥 살기로 했습니다. 그 때부터 엄마 아빠의 모든 말과 행동에 설명이 가능해졌습니다. 모진 소리를 들어도 ‘자기 자식도 아닌데 이 정도는 충분이 이해할 수 있어. 지금까지 키워준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키워준 부모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안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자기가 엄마 아빠를 닮았다고 느꼈을 때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곧 답을 찾아냈습니다. 한 집에서 가족끼리 오랫동안 같은 음식을 먹으면 씹으면서 입 주변의 근육과 구강구조가 비슷해지고 인상까지 닮게 된다는 학설을 어디서 들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10년 가까이를 더 양부모와 함께 한 집에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갔습니다. 입대하게 되면 많은 게 새로 시작됩니다. 신체검사 결과를 보니 혈액형이 B형으로 나왔습니다. 혈액형 검사가 잘못될 수 있다는 사실도 그때 알았습니다. 놀랐지만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더 황당한 건 자신이 청소년 시절부터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입양아인 줄 알고 살았다는 사실을 부모님은 지금도 모른다는 겁니다. 혼자만의 생각이고 부모님 입장에선 어차피 친자식이니까 달라질 게 없다는 게 이유입니다. 이 정도면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습니다. 이 엉뚱한 배우가 누구냐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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