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5.02.21(금)
[신형범의 千글자]...은행강도 사건에 달린 댓글
며칠 전 보도된 뉴스입니다. 내용은 10일 낮 부산의 한 은행에서 장난감 총을 들고 은행 직원을 협박해 돈을 뺏으려던 30대 남성이 직원, 시민과 몸싸움 끝에 붙잡혔다는 겁니다. 금전 피해나 다친 사람은 없었고 불과 2분 만에 싱겁게 끝난 사건이라 크게 보도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뉴스에 달린 댓글입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강도를 잡은 시민과 직원이 잘못한 거다.”

“2분 만에 끝나는 은행강도가 어디 있나? 아무도 안 다쳤고 천원짜리 한 장 없어지지 않았다. 관리가 잘 되고 있나 겁만 좀 주려고 했던 것 같다.”

“은행강도로 몰지 마라. 은행업무 마감한 때도 아니고 정상 영업시간에 돈을 뺏지도 않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즉 미국은행이 구조하러 올 것이다.”

“장난감 총은 합법적으로 구매했고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경고성 행동으로 봐야 한다.”

“돈을 담으라는 지시는 당연히 따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돈을 담으라고 협박했느니, 위협받았느니 하며 갑론을박하는 건 호수에 비친 달 그림자를 좇는 꼴 아닌가.”

“평소 허술하게 여겼던 금융권 보안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 그런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은행을 터는 건 은행강도의 고유권한 아닌가?.”

“2분 만에 직원에 제압당한 게 무슨 강도냐? ‘모두 나가라’고 한 것도 아니고 ‘모두 나가리’라고 농담한 거다. 취약한 은행의 보안시스템을 국민에게 알리는 계몽강도다.”

재밌긴 한데 웃픈 이야기입니다. 범행은 미수에 그쳤지만 30대 남자는 구속됐습니다. 이런 패러디가 양산되는 나라가 결코 좋은 나라는 아닐 것입니다. 온 나라가 둘, 셋으로 나뉘었고 국민은 갈등과 혼란에 휩싸여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탄핵이든 기각이든 어떤 형태로든 끝나겠지요.

그러나 정말 걱정인 것은 지금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니 개인 First Monster가 사라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나라는 이미 Second, Third Monster가 계속 자라날 토양이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제발 예상이 틀리길 바라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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