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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1(금)
대구대 초등특수교육과 최성규 교수(왼쪽)과 유장군 학생 [대구대학교 제공]
대구대 초등특수교육과 최성규 교수(왼쪽)과 유장군 학생 [대구대학교 제공]
[글로벌대학팀 김선영 기자] 심한 뇌성마비로 신체적 움직임과 일상 대화가 어려운 중증 장애 학생이 9년간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거쳐 마침내 박사 학위를 받는다. 그를 헌신적으로 지도해 온 교수도 이번 졸업식을 끝으로 퇴임하며 함께 교정을 떠난다.

대구대학교 대학원 특수교육학과에서 언어청각장애아교육을 전공한 유장군 학생은 오는 21일 경산캠퍼스 성산홀 강당에서 열리는 학위수여식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우수연구상과 총동창회장상도 수상한다. 그의 곁에서 9년간 함께해 온 초등특수교육과 최성규 교수 역시 같은 날 정년퇴임을 맞는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관계를 “콜라병 뚜껑을 따주는 사이”라고 표현했다. 콜라를 좋아하는 유장군 학생은 손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아 혼자서 뚜껑을 열기 어려웠고, 최 교수는 언제나 그를 도와주었다. 사제 관계는 2016년 유장군 학생이 대구대 초등특수교육과에 입학하면서 시작됐다.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학업을 이어간 그는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입학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를 지원한 것도 최 교수였다. 그는 20여 년간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7,600만 원의 장학금을 기부하며 조력자로 역할해왔다.

대학 시절, 유장군 학생과 최 교수는 의견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최 교수는 유장군 학생이 교원 임용시험을 준비해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하길 바랐지만, 그는 대학원 진학을 선택했다. 또한 교수는 그의 장애와 관련이 있는 지체장애 교육을 연구할 것을 조언했지만, 학생은 최 교수에게 배우기 위해 언어청각장애 분야를 선택했다. 학업에 대한 열정도 남달랐다. 일부 강의는 7번씩 청강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최 교수는 “유장군 학생은 경쟁에서도 결코 뒤처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놀라운 성취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박사 과정 중 그는 단독 또는 제1저자로 7편의 논문을 게재했으며, 이 중 2편은 국제학술지 스코퍼스(SCOPUS) 등재지에 실렸다. 연구 주제는 장애인 교원의 교직 입문 과정, 국어 교과서 속 장애인 인식 교육 삽화 분석 등 장애인 교육 환경 개선과 관련된 것이었다. 또한 최 교수와 공동 집필한 논문은 한국지체·중복·건강장애교육학회 학술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이제 두 사람은 각자의 새로운 길을 준비한다. 유장군 학생은 교원 임용시험을 치른 후 경제적으로 자립한 뒤 미국 유학을 거쳐 교수의 길을 걷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 교수는 청각장애인의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순진 대구대 총장은 “최근 교육 현장에서 사제 관계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우려가 많지만, 여전히 많은 교사와 교수들이 학생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며 “최 교수와 유장군 학생의 관계는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글로벌대학팀 news@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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