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카톡 프로필 사진(프사)을 바꿨습니다. 어릴 때(5살) 찍은 흑백사진과 그걸 본 딸이 그린 캐리커처를 대비시킨 장면이었는데 너무 오래 사용했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수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 누가 일부러 비판할 만큼 관심을 받는 사람도 아니지만. 하지만 메신저의 시대이고 메신저를 통해 나와 연락하는 사람은 누구나 프사를 본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렇게 소홀히 여길 일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거의 전 국민이 ‘카톡’이라고 하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사용합니다. 직장인도 예외는 아니어서 기업에 따라 슬랙, 노션, 잔디 같은 전용 툴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카톡도 병행해 사용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쯤 되면 ‘국민메신저’ 카톡 프사는 나에게 말을 거는 관문 같은 것입니다. 최근 이와 관련한 조사 결과를 봤습니다. 20~50대 직장인 약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가장 눈살이 찌푸려지는 동료의 프로필 사진’을 물었더니 ‘정치적 구호가 포함된 사진’ ‘바디 프로필’ ‘신세 한탄 글이나 문구’ ‘애인.부부 간 스킨십’ ‘종교 관련’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민감한 의견이나 신념, 신체 노출, 종교에 관한 내용을 프사에 드러내면 보는 사람이 불편하게 여긴다는 뜻입니다. 반면 업무용으로 쓰는 메신저에 바람직한 프로필 사진은 나이 상관없이 골고루 전체 직장인들에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건 ‘아예 사진이 없는’ 프로필입니다. 거의 절반(46%) 가까이 그렇게 답했는데 특히 2030 젊은 직장인은 절반 넘는 응답자가 사진 없는 프로필이 일할 때 편하다고 대답했습니다. 다음으로 바람직한 프사는 본인 얼굴, 명함, 반려동물, 가족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꼰대처럼 비칠 수 있는 프로필 사진은 무엇인가도 물었습니다. 1등은 ‘골프하는 사진’ 이어 ‘회사 명함’ ‘젊었을 때 잘 나온 사진’ ‘등산하는 사진’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사실 메신저 프사를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으로 선 긋듯이 명확하게 나누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내 전용 메신저 기능이 탄탄한 대기업들도 카톡 메신저를 섞어 일하는 곳이 많고 보안 때문에 텔레그램 등 다른 메신저들과 병용해 일하기 때문입니다.
또 자기를 고객들에게 알려 영업에 활용하거나 전문직 직군이라면 프사를 매력을 어필하는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그러니 메신저를 업무용과 개인용으로 엄격히 구분하는 게 현실적으론 쉽지 않습니다. 개인적 취향이나 민감한 정보를 보고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그것 때문에 친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으니 프사는 말 그대로 ‘양날의 검’ 같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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