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5.02.27(목)
[신형범의 千글자]...달걀 같은 사회
누군가 우리 사회를 달걀에 비유한 걸 봤습니다. 말인즉슨 껍데기는 과학, 흰자는 종교 그리고 핵심인 노른자는 미신이라는 겁니다. 한국사람들은 겉으로는 이성적, 합리적인 척 과학으로 무장한 듯 보이지만 조금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종교적 믿음이 사고를 지배하고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미신이 자리잡고 있다는 겁니다.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문명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무속신앙을 터부시할 법도 한데 여전히 수요가 있습니다. 선거철, 인사철, 입시철이면 정치인은 물론 이해 당사자와 가족들이 용하다는 점집을 예약하느라 줄을 설 정도로 우리 삶 곳곳에 주술이 스며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주술사회가 됐고 왜 사람들은 주술에 빠졌을까요. 명확하진 않지만 과거 중국의 변방 나라로 존재했던 상황에서 답을 찾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자주적이고 주체적일 수 없었던 국가의 위치 때문에 주체성 상실에서 오는 불안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지요. 당나라, 송나라에 유학을 해야 성공하고 강자 앞에서 조아려야 출세했던 태도가 독립운동, 해방 이후까지 이어졌습니다. 주체적 사상을 가지고 뭔가 해보려고 했던 사람의 성공신화는 거의 전해지지 않습니다.

주술과 권력의 결탁은 고려 개국 때 시작된 것으로 봅니다. 태조 왕건은 죽기 전 왕자들을 위해 유훈인 훈요십조(訓要十條)를 남겼는데 여기에 담긴 도선의 풍수사상이 현재까지 주술의 형태로 남아 있습니다. 풍수설로 위장한 주술은 무신정권이 들어서자 온갖 비기(秘記)와 밀기(密記)들을 통해 정치의 중심으로 자리잡습니다.

무신정권 시대에 출세를 위해 사용된 주술은 현대에까지 이어집니다. 손바닥에 왕(王)자를 그려 넣거나 청와대를 용산으로 옮긴 것은 풍수를 업은 주술의 결과입니다. 현대에도 여전히 성공과 출세를 굿과 점에 의존하는 성향을 보이는 것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주술이 성행한 시기가 있었어도 한국처럼 오랜 기간 지속된 국가는 세계적으로 드뭅니다. 주술로부터 세상을 해방시킨 합리화 과정을 현대사회의 특징으로 보는데 대한민국은 여전히 비합리적이고 때로 비상식적입니다. 강자에게 기대고 운에 성공을 맡겨버리는 고려시대와 다를 게 없는 지금의 한국사회, 어떻게 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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