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이렇게 또 봄은 오는데](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3140849060075646a9e4dd7f5910249121.jpg&nmt=30)
고단한 현실을 버티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무게를 견디는 아저씨 삼형제와 길지 않은 삶을 거칠게만 살아온 젊은 여성이 서로를 통해 삶의 고통을 치유하는 이야기인데 남자주인공 이선균 배우는 아직도 살아 있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임원으로 승진했을 때 그를 따르던 후배 직원들이 진심으로 기뻐하며 환호하던 장면은 다시 봐도 눈시울이 촉촉해집니다.
삶을 불행으로만 채워 심장이 딱딱해진 여자주인공을 이름(지안)처럼 ‘편안함(安)에 이를(至) 때까지’ 지켜주던 키다리 아저씨로 이선균 만한 배우가 또 있을까,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는 부드러운 목소리도, 일상과 현실에 찌들어 짜증 담긴 표정도 그 아닌 다른 배우는 상상이 잘 안 됩니다.
그는 재작년 겨울, 드라마 OST처럼 아득히 먼 곳으로 떠났습니다. 드라마에서 속세를 떠난 불알친구 겸덕처럼 그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됐습니다. 사람들은 드라마에서 그가 자주 했던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말로 그를 추모했고 언젠가는 그의 죽음에 대해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번번이 기회를 놓쳤습니다.
그는 고단한 현대를 살아가는 외롭고 무기력한 생활인이었습니다. 사심 가득한 권력집단과 그에 놀아나는 언론 그리고 익명의 무뢰배들이 무차별적으로 가하는 폭력을 견디지 못한 채 자기의 마지막을 선택했습니다. 조리돌리기로 쏟아지는 폭력과 비아냥을 감당하기엔 일개 인간은 참으로 보잘것없다는 걸 새삼 알게 됐습니다.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 건 수사정보를 의도적으로 흘린 무책임한 공권력이었습니다. 확인되진 않았지만 먼저 있었던 다른 스타에 대한 수사가 실속 없이 끝나자 무안함과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한 희생양이 필요했다는 얘기가 돌았는데 그런 건 언론이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이 소문을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사람들은 비공개 소환인데도 굳이 포토라인에 세 번이나 세운 것을 지적합니다. 이후 정작 책임져야 할 그 누군가들은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람은 건들지도 못하고 제대로 사과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앞뒤 모르고 가십거리로만 보도하기 바빴던 언론도, 인터넷상에서 온갖 조롱과 비난질을 일삼던 무뢰한들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았고 봄은 또 이렇게 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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