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21 08:30  |  오피니언

[신형범의 千글자]...최재천의 숙론(熟論)

[신형범의 千글자]...최재천의 숙론(熟論)
진화생물학자 최재천 교수의 《숙론(熟論)》을 읽고 알게 된 내용입니다. 자연계에서는 종(種) 간에 벌어지는 관계가 있는데 경쟁competition, 포식predation, 기생parasitism, 공생mutualism 이렇게 네 가지입니다. 경쟁은 서로에게 해가 되는 관계이고 공생은 서로 득이 되는 관계입니다. 반면 포식이나 기생은 한 종은 이득을 얻고 다른 종은 손해를 보는 관계입니다.

자원은 한정적인데 그걸 원하는 존재들은 넘쳐나는 상황에서 경쟁은 가장 흔하고 접근하기 쉬운 방법입니다. 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자연은 맞붙어 상대를 제압하는 것 외에 포식, 기생, 공생 같은 관계를 고안해 낸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계에서 가장 무거운 생물집단은 무엇일까요? 그건 고래나 코끼리가 아니라 꽃을 피우는 식물입니다. 이 세상 모든 동물들을 다 합쳐도 식물 전체의 무게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입니다. 어떻게 봐도 지구는 식물의 행성입니다. 그리고 자연계에서 수적으로 가장 성공한 집단은 단연 곤충입니다.

그러면 곤충과 식물은 어떻게 이처럼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을까요? 한 장소에 뿌리를 내리기 때문에 이동이 불가능한 식물은 꽃가루받이를 위해 꿀을 제공하며 ‘날아다니는 음경’을 고용해 공생사업을 벌였습니다. 곤충과 식물은 서로를 노리는 무차별한 경쟁이 아니라 서로 손 잡고 살아남은 겁니다.

여기서 인간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자연은 손 잡은 생물이 미처 손 잡지 못한 것들을 물리치며 사는 곳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최재천 교수는 인간사회에서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면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으로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을 합한 경협coopetition을 추천합니다.

그러면서 경협의 한 가지 방법으로 ‘숙론(熟論)’을 강조합니다. 책에서 소개한 ‘숙론의 목적 10가지’는 사회생활이든 조직생활이든 다양하게 응용하며 활용할 수 있어 책 내용을 구질구질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이를 잘 이해하고 실천하는 게 훨씬 가치가 있을 것 같아 소개하는 것으로 오늘 일기를 대신합니다.

①공동으로 주어진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②해결책을 찾기 전에 우선 함께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공유하기 위해

③개인이나 조직 간의 우려와 견해차를 드러내고 함께 인지하기 위해

④전략적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⑤조직 간의 협업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⑥조직 또는 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⑦서로 돈독하게 협력하기 위해

⑧정책을 수립하거나 변경하기 위해

⑨정책이나 법안 등을 공표하기 전에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⑩함께 협업공동체를 결성하기 위해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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