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26 08:00  |  산업

이익에만 급급한 삼성물산…공사비 폭리로 브랜드값만 챙기고 조합원 외면?

3차례 걸쳐 공사비 86% 인상…특화설계·고급 마감은 실종
잠실 미성크로바보다 공사비 비싸지만 품질은 뒤쳐져
일반분양가까지 낮춰 조합원 수익 1074억원 감소

삼성물산이 시공 중인 서울 잠실 진주(잠실래미안아이파크)와 롯데건설이 시공 중인 잠실 미성크로바(잠실르엘아파트) 부지. 잠실 진주가 잠실 미성크로바보다 단지 규모가 크지만 평당 공사비는 더 비싸다./조합원
삼성물산이 시공 중인 서울 잠실 진주(잠실래미안아이파크)와 롯데건설이 시공 중인 잠실 미성크로바(잠실르엘아파트) 부지. 잠실 진주가 잠실 미성크로바보다 단지 규모가 크지만 평당 공사비는 더 비싸다./조합원
[비욘드포스트 신용승 기자]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서울 잠실 진주아파트가 과도한 공사비 인상과 품질 논란으로 조합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세 차례나 공사비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특화 설계 적용이나 품질 개선 없이 조합원 부담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인근의 롯데건설 시공 ‘잠실 미성크로바’와 비교하면 공사비는 더 비싸지만, 품질은 오히려 뒤처진다는 점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물산이 공사비를 부풀리고 브랜드 값만 앞세운 채, 조합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공사비 세 차례 인상…조합원당 15000만원 추가 부담

삼성물산은 2018년 최초 계약 당시 잠실 진주의 공사비를 7458억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이후 세 차례 공사비를 인상하며 비용이 급격히 증가했다. 첫 번째 인상은 2021년에 이뤄졌으며, 이때 공사비는 11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후 2023년에 다시 공사비를 조정하며 13229억원까지 올랐고, 2024년 최종적으로 13817억원으로 확정됐다. 결과적으로 삼성물산의 공사비는 최초 계약 대비 86% 증가했으며, 조합원당 평균 15000만원 이상의 추가 부담이 발생했다.

삼성물산은 공사비 인상의 이유로 자재비 상승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인근에서 롯데건설이 시공하는 잠실 미성크로바와 비교하면 이러한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단지 규모가 커질수록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인해 평당 공사비가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잠실 진주는 오히려 인근 잠실 미성크로바보다 평당 공사비가 더 높은 상황이다.

잠실 진주는 지하 3층부터 지상 35층까지 총 2678세대 규모로 조성되며, 조합원 수는 1489세대다. 평당 공사비는 847만원으로 책정됐다. 반면,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잠실 미성크로바는 잠실 진주와 동일하게 지하 3층부터 지상 35층까지 설계됐다. 1865세대 규모로 더 작지만, 평당 공사비는 765만원으로 잠실 진주보다 82만원 낮다.

세대 수 차이를 감안하면 잠실 진주는 규모의 경제로 더 낮은 평당 공사비가 적용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같은 지역에서 시공되는 두 단지의 평당 공사비가 10% 이상 차이 나는 것이다. 더욱이, 준공 시점도 큰 차이가 없다. 잠실 진주는 올해 6, 잠실 미성크로바는 올해 12월 준공될 예정으로 같은 해 완공된다.

결국, 준공 시기가 비슷해 물가 상승 요인도 크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삼성물산은 더 높은 공사비를 책정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부족한 상황이다.

공사비 차이에 걸맞은 고급 자재나 특화 설계가 반영됐다고도 보기 어렵다. 오히려 삼성물산이 적용한 설계는 층간소음 대책, 천장고, 커뮤니티 시설, 마감재 등에서 미성크로바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부분이 많아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조합원
/조합원
◆특화설계는 뒷전…잠실 미성크로바 대비 조합원당 3400만원 상당 손해


아파트의 품질은 ‘브랜드’ 명이 아니라 설계, 자재, 마감 수준 등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잠실 진주의 공사비를 세 차례에 걸쳐 대폭 인상하면서도 조합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특화설계 요소를 대거 제외했다. 바로 옆 단지인 잠실 미성크로바와 비교했을 때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잠실 미성크로바에는 스카이브릿지가 계획돼 있으며, 생활 편의성을 높이는 음식물쓰레기 이송설비도 포함됐다. 특히, 지하철 2·8호선 환승역인 잠실역과 직접 연결되는 통로가 마련돼 교통 접근성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반면,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잠실 진주는 8호선 몽촌토성역과 인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연결 통로가 포함되지 않았다. 스카이브릿지와 음식물쓰레기 이송설비 역시 제외되는 등, 특화설계 요소들이 대거 빠져 조합원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크게 줄었다. 또 아파트 바닥 두께도 최소 시공 기준인 210mm만 적용해 층간소음 대책에도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 층간소음 저감과 주거 쾌적성을 고려한 설계 없이, 최소한의 기준만 맞춘 셈이다.

이처럼 삼성물산은 특화설계나 주거 품질 개선에 대한 고려 없이 공사비 인상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조합원들은 잠실 미성크로바 대비 약 3400만원 상당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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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품목도 마감재도 부족…삼성물산의 원가 절감 방식?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잠실 진주는 조합원들에게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무상품목이 대거 제외됐으며, 마감재 수준 또한 옆 단지인 미성크로바 대비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잠실 미성크로바는 조합원들에게 75인치 TV, 대형 드럼세탁기(21kg), 세탁건조기(16kg), 현관 미세먼지 에어샤워 시스템, 신발건조기 등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그러나 잠실 진주는 조합원들에게 이러한 품목을 제공하지 않으며, 기본 제공 품목을 대폭 축소했다.

마감재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 잠실 미성크로바는 모든 침실과 주방에 시스템 에어컨을 기본으로 설치했다. 또한, 바닥재로는 고급 이태리산 원목 마루를 적용해 품질을 차별화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기본적인 주거 환경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실내 냉방의 필수 요소인 시스템 에어컨도 일부 공간에만 설치했으며, 바닥재 역시 국산 강마루를 적용하는 데 그쳐 마감재 차별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삼성물산은 주거 환경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에서도 원가 절감을 우선시했다. 그 결과, 조합원들은 잠실 미성크로바 대비 약 3500만원 상당의 품질 차이를 체감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조합원 수익 1074억 원 감소…회사 이익에만 초점을 맞춘 삼성물산의 운영 방식

이처럼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잠실 진주는 공사비뿐만 아니라 설계, 무상품목, 마감재에서도 잠실 미성크로바보다 열위에 놓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 분양가마저 낮게 책정되며 조합원들의 손실을 키웠다.

잠실 미성크로바는 후분양이 예정돼 있으며, 일반 분양가는 평당 6000만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잠실 진주는 평당 5400만원 수준에 그쳤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평당 600만원의 차이가 발생하며, 이에 조합 전체의 분양 수익을 감소시키고 조합원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배경으로는 삼성물산이 조합 업무에 소극적이었고, 분양가를 높이려는 전략적인 대응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조합원들은 약 1074억원(조합원당 약 7200만원)의 분양 수익을 잃게 됐다. 공사비 부담이 높은 데다 기대했던 수익마저 줄어들면서, 조합원들은 이중으로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삼성물산은 공사비 인상에 집중하면서도, 정작 조합원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필요한 전략적 대응은 부족했다. 회사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운영 방식은 조합원들에게 오히려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래미안’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우는 것만으로는 조합원의 신뢰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이 같은 운영 방식이 반복된다면, 조합원들의 신뢰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조합원들도 브랜드만이 아니라, 시공사가 조합원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때라고 밝혔다.

신용승 기자 credit_v@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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