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24 08:41  |  오피니언

[신형범의 포토에세이]...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신형범의 포토에세이]...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서울과 파리는 나라를 대표하는 수도라는 것 외에 도심 한 가운데로 강이 흐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폭이 1Km가 넘는 한강을 보다가 세계적으로 명성과 지명도가 높은 파리의 쎄느강을 처음 본 느낌은 그 규모가 너무 작아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래 전에 읽은 홍세화의 책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가 생각납니다. 20년 동안의 프랑스 망명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프랑스라는 거울을 통해 본 한국사회의 초상’이라는 부제처럼 한국이 일상과 정치, 경제적 영역에서 보다 더 진보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애정 어린 충고가 담겨 있습니다.

26년 전인 1999년도에 이미 한국사회에 내재한 불합리한 관행들과 유무언의 폭력, 개개인의 창조적 개성이 존중 받는 사회시스템과 사라져야 할 일상에서의 권위주의 그리고 법보다 우선돼야 할 ‘사회정의’에 대한 문제를 깊이 있게 꼬집었습니다.

대결과 증오로 점철된 요즘 상황에서 그가 생전에 주장했던 ‘똘레랑스’는 그의 죽음(작년 3.18)과 함께 새삼 다시 생각나는 개념입니다. 똘레랑스의 우리말 번역 ‘관용’은 프랑스에서 통용되는 다양성과 타인에 대한 배려 같은 사회적 가치를 모두 담기엔 좀 부족해 보입니다. 다른 사람은 나와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자신의 이념과 가치관이 소중한 만큼 타인도 똑같이 귀중하며 각자의 개성과 독창성을 존중하는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똘레랑스는 타자, 타자성, 차이에 대한 존중과 서로 다른 가치, 믿음, 생각을 가진 개인과 집단들 사이의 평화적 공존을 의미합니다. 관대함, 허용, 자비 같은 말이 약자에 대한 강자의 배려를 내포하고 있다면 똘레랑스는 다양성, 이질성, 복잡성을 존중하는 정신적 태도와 지적 능력을 의미합니다. 관대함, 허용, 자비가 힘의 불평등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똘레랑스는 평등관계를 전제로 합니다.

또 똘레랑스는 방어적 개념이 아니라 주도적입니다. 단지 차이에 대한 의도적 용인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견과 차이를 존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의무까지도 포괄합니다. “당신의 말에 동의하진 않지만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 죽도록 싸울 것”이라는 볼테르의 말은 똘레랑스를 배경으로 나온 말입니다.

여의도 둔치에서 마포 쪽을 향해 찍은 한강 사진을 보면서 한강은 과거 그 오랜 세월 동안 홍수와 싸웠지만 지금은 강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갈라진 이념과 계층, 형평성과 싸우는 중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한 주를 엽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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