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웰다잉](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3280842240211446a9e4dd7f210178105215.jpg&nmt=30)
작년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1024만명,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 우리는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가 됐습니다.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3.5세, 누구든지 최소 20여년의 노후를 대비해야 합니다. 잘사는 것(웰빙)을 넘어 잘 늙는 것(웰에이징), 잘 죽는 것(웰다잉)과 관련해 개인, 사회, 국가가 각각 다른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웰다잉은 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전에는 늙기 전에 죽었고 죽는 과정도 짧았기 때문에 굳이 ‘준비’를 하고 말고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의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러운 죽음은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병원 사망률은 77%로 세계 최고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대부분 병원에서 치료받다 임종을 맞는다는 겁니다.
웰다잉은 내가 뜻하는 대로 삶을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과 관련된 일들, 즉 연명의료, 장기기증, 장례, 상속 등을 정신이 맑을 때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자기결정권’이 웰다잉문화의 핵심입니다. 대비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닥치면 이런 중요한 결정을 자신이 아닌 가족이나 유족 아니면 장례업체가 떠맡게 되는데 이건 무책임한 일입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지난 2월까지 274만 명이 등록했습니다.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무려 92%에 달하지만 그에 비해 실제 의향서 작성 비율은 저조한 편입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습니다. 예로, 인공호흡 중단은 되지만 인공영양 공급 중단은 안 됩니다. 인공영양 및 수분 공급 중단도 연명의료 범위로 규정해야 실효성이 있습니다. 의식이 없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대리인을 지정하는 지정대리인제도 등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연명의료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조력 존엄사법도 논란입니다. 이 법을 찬성하는 국민이 80%가 넘는다는데 입법은 지지부진합니다. 말기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안락사를 허용하자는 것인데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해 자연스럽게 존엄한 죽음을 맞는 연명의료결정법의 존엄사와는 다릅니다. 따라서 생명을 인위적으로 중단시키는 중요한 일인 만큼 윤리적, 법적, 도덕적 측면과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이 밖에도 상속과 관련한 문제, 유언장 작성, 장례절차 등도 미리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실제로 상속분쟁이 이혼소송보다 많다고 합니다. 부자만 쓰는 게 아니라 규모와 상관없이 평생 모은 재산을 내 뜻대로 정리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원하는 장례절차를 미리 밝힘으로써 가족의 부담과 불필요한 갈등을 덜 수 있습니다.
또 요즘은 암보다 더 두려워하는 게 치매입니다. 65세 이상 노인의 10%, 84세 이상은 40%가 치매 환자입니다. 이 병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결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미리 대비해 자신의 뜻을 잘 아는 사람을 후견인으로 정해 두는 게 좋습니다. ‘부부 쌍방 후견계약’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웰다잉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자기결정권을 통해 삶을 품위 있게 마무리하는 것, 동시에 사회의 품격을 높이고 개인의 존엄성을 귀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확산돼야 합니다. 자신의 뜻을 밝힌 유언장, 원하는 치료와 원치 않는 치료, 원하는 돌봄방식, 스스로 정리하는 삶의 기록, 원하는 추모방식 등은 마지막으로 하는 이기적인 결정이지만 가족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이타적 결정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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