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옳은 선택은 없다. 옳게 만드는 거지](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4020820480243446a9e4dd7f59102492.jpg&nmt=30)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우리나라 광고계의 한 획을 그은 TBWA 박웅현씨의 말인데 그의 책 여러 권에서 같은 메시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그가 일하면서 갖게 된 직업정신 중 하나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쩌다 보니 테크기업에 살짝 발을 들여놓게 됐는데 이 말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마케팅과 고객, 시장에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제법 알지만 IT 기술은 잘 모릅니다. 개발자들과 회의를 하면 관점과 입장의 차이, 각자의 학문적 배경에다 개인적 신념까지 더해지면 서로 간에 시각차가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만큼 멀게 느껴집니다.
회의가 격렬해지면 내가 확실하다고 믿었던 것에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 완전히 새로운 것에 대해서는 서로 속수무책일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 좀처럼 옳은 답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생각난 게 이 글 처음에 쓴 박웅현의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세상에 답을 알고 시작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하물며 있지도 않은 시장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의 영역에서는 도대체 답 비슷하게 보이는 게 흐릿하게 존재할 뿐 어느 것 하나 명확한 게 없습니다. 늘 자신 있는 척 다양한 전략과 아이디어를 내놓지만 그 이면에는 지난한 고민과 갈등,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하는 생각이 숨어 있습니다.
그러니 박웅현의 말처럼 결정을 내릴 때까지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고 싸우더라도 판단을 내린 후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판단을 옳게 만드는 것, 옳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입니다. 얼마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가, 얼마나 기발한 방법을 찾아내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일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인 것입니다.
이건 일 뿐 아니라 삶의 다양한 영역에 적용되는 지혜이기도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일이나 삶을 대하면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같은 질문이나 미련은 덜 하게 됩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후회할 일이 별로 없다는 뜻입니다. 모든 게 완벽했다기보다 ‘나의 선택과 결정이 맞게 되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만족했다’라는 것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선택의 길에 맞닥뜨릴 텐데 이왕 그런 인생이라면 내가 결정한 것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옳게 만들어보는 겁니다. 그러면 주어진 환경이나 경제적 배경도 아닌 내 판단과 최선에 달려 있고 통제 가능하는 것들이 내 손에 쥐여지게 됩니다. 혹시 잘못 판단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최선’과 ‘선택’을 화두로 삼고 옳고 그른 선택이 아닌 옳게 만들 선택만 있다고 믿는다면 한번 붙어볼 만합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