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7 08:10  |  오피니언

[신형범의 포토에세이]...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신형범의 포토에세이]...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이 한 문장을 듣기 위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비상계엄 122일, 탄핵안 통과일로부터 111일만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봤는데,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인 이치를 이렇게 가슴 졸이면서 긴장하고 볼 일인가요.

세상의 이치에 부합하는 자연스럽고 간단한 일도 인간의 욕심과 정치가 개입되면 이것저것 따지게 되고 복잡해지는 모양입니다.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고려됐는지 알 수 없지만 이게 이렇게 오래 끌 일인가 싶습니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과정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결정문을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왜 그렇게 늦어졌는지는 차치하고 발표문만 보면 예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확연하게 느낍니다. 독일 성문법을 베낀 일본 법조문을 다시 중역한 우리 법률언어는 그동안 현실 말글살이와 동떨어진 데다 마치 법조인들의 특권인 양 암호문처럼 쓰여진 게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발표문은 보통 시민의 언어로 가능한 쉽고 간결하게 또 적확한 표현을 쓰려고 애쓴 흔적이 보였습니다. 기존 법조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문(非文)도 별로 없고 논리적 구조도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기존의 권위를 내려놓고 국민에게 한 발짝 다가가려는 시도로 봤다면 지나치게 좋게 본 걸까요?

특히 관심을 끈 한 문장,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수행 덕분이었으므로 이는 피청구인의 법 위반에 대한 중대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는 의미심장했습니다. 내란 혐의로 사기가 떨어지고 자괴감에 빠져 있던 군의 정신적인 중심을 세워 줌으로써 정치적 입장을 어떻게 취해야 하는지 각성시킨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은 많은 직장이 몰려 있는 여의도에서 찍었습니다.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불행’의 반대말은 ‘행복’이 아니라 ‘일상’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습니다. ‘시인과 촌장’의 오래 전 노래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이라는 노랫말이 새삼 귀하게 들립니다. 유독 춥고 긴 겨울이었지만 2025년 봄, 상식과 일상을 지키기 위해 애쓰신 여러분 모두 폭싹 속았수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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