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8 16:34  |  오피니언

[기고] 사다리 위에서 작업자는 왜 불안할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남부지사 안전보건부장 우승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남부지사 안전보건부장 우승일./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남부지사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남부지사 안전보건부장 우승일./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남부지사
[비욘드포스트 신용승 기자] 최초의 사다리는 스페인 발렌시아의 거미 동굴에 묘사된 1만 년 전 중석기 시대 암벽화에 등장한다. 꿀을 수확하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야생 꿀벌 둥지에 도달하기 위해 풀로 만든 사다리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사다리는 선사시대에서부터 오늘날까지 일상생활과 산업현장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생성형 AI(인공지능)에게 ‘사다리를 왜 사용해?’라고 물어보면 “일반적으로는 높은 곳이나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에 도달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합니다.”라고 답변한다. 이어서 ‘사다리 위에서 작업해도 돼?’라고 질문하면 “사다리에서의 작업은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안전조치를 하고 신중하게 진행해야 합니다.”라고 알려준다. 데이터를 학습해 답변하는 AI도 사다리의 용도와 위험성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산업현장에서의 사다리는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을까? 최근 3년간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매년 사다리에서 작업을 하다가 추락해 사망하는 근로자가 약 35명이다. 특히 서울지역에서만 21명으로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지난 3월에는 서울지역 한 주차관리원이 건물 내로 들어온 비둘기를 건물 밖으로 쫓기 위해 높이 3m 사다리에 올라가 떨어져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했다.

사다리에 올라 떨어지면 심각한 머리부상이나 사망사고로 이어진다. 사람이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대부분 머리가 땅에 먼저 부딪히게 된다. 이는 지구의 중력이 높을수록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가 커지고 인체 중에서 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발표한 2019년 응급실 부상보고서에 따르면, 응급실 환자의 사고유형으로는 머리부상(40%), 얼굴부상(15%), 팔부상(11%), 다리부상(10%), 몸통부상(8%) 순으로 머리부상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이 사다리는 더 이상 편리하고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작업도구가 아닌 사망사고의 주요 기인물 중 하나가 됐다.

사다리 고소작업에 따른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 사다리 관련 법이 강화됐다. 사다리를 설치한 바닥면에서 높이 3.5m 이하의 장소에서만 작업해야 하고, 사다리의 최상부 발판 및 그 하단 디딤대에 올라서서 작업하지 못하게 돼 있다. 이에 더해 사다리 작업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2인 1조 작업하며, 사다리를 평탄하고 미끄럽지 않은 바닥에서 사용해야 하고 아웃트리거를 설치하는 등 주요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이에 안전보건공단은 사고 위험이 높은 건물관리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사다리 작업자의 안전의식 향상을 위한 캠페인인 ‘사다리 N 안전모(Next는 안전입니다)’을 추진하고 있다. 작업자들이 사다리 작업 시 사전에 안전모를 챙기는 번거로움 때문에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는다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안전모를 사다리에 걸어 보관할 수 있는 안전모 걸이대와 경고문구가 포함된 안전키트, 캠페인 홍보 포스터를 제작·배포해 안전모 착용 생활화를 독려하고 있다.

사다리 작업 시 안전모 착용은 충격을 흡수하며 머리를 보호하는 첫 번째 방어선 역할을 할 수 있다. 안전모 착용과 안전모 턱끈 조임 습관화와 같은 사소한 것부터 실천해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공단은 기존의 A형 사다리에 비해 추락과 전도에 대한 안전성이 높고 경량성, 휴대성이 강화된 ‘한국형 안전사다리(K-사다리)’를 개발했다. 현재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더욱 안전한 사다리를 사용할 수 있도록 K-사다리 구입 비용의 70%를 지원하고 있으니 적극 활용해 보는 것이 좋겠다.

신용승 기자 credit_v@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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