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0 08:40  |  오피니언

[신형범의 千글자]...내가 먹은 달걀은 어떤 건가

[신형범의 千글자]...내가 먹은 달걀은 어떤 건가
삶든, 후라이든 요리를 할 때 달걀 유심히 본 적 있으세요? 껍데기에 10자리 숫자가 쓰여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난각번호’라고 하는데 달걀이 나온 날짜와 장소, 환경 등을 나타냅니다. 맨 왼쪽 네 자리는 산란일, 다섯 번째부터 아홉 번째 자리는 생산농장의 고유번호 그리고 맨 뒷자리는 닭이 알을 낳은 환경을 나타냅니다.

난각번호 끝자리 수인 사육환경 번호는 1~4번이 있습니다. 1번은 마리당 면적이 1.1㎡이상으로 닭이 사육장 안팎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방사사육 환경입니다. 2번은 마리당 면적이 0.1㎡로 닭이 날개를 퍼덕이거나 돌아다닐 수 있는 평사사육 환경입니다. 3번은 마리당 면적이 0.075㎡로 개선된 케이지 그리고 면적이 0,05㎡ 이하로 A4용지보다 좁은 면적의 케이지에서 사육할 때 4번이 붙습니다.

당연히 난각번호 끝자리가 1번은 다른 달걀에 비해 값이 비쌉니다. 방목형 사육환경에서는 노동력이 많이 드는데 같은 면적에서 키울 수 있는 닭의 수는 적고 생산비가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사육환경 번호가 달걀의 영양성분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자유방목란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행동이 제약되는 환경일수록 닭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걸 전문가들은 밝혀냈습니다. 또 좁은 면적에 많은 닭이 지내면 세균 같은 병원체가 잘 퍼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병원체에 감염된 닭이 발생하면 다른 개체가 가까이 있을수록 쉽게 감염되기 때문입니다.

간혹 시중에 유통되는 달걀 포장에 ‘자유방목 달걀’ ‘행복한 닭이 낳은 달걀’ 같은 문구를 볼 수 있는데 주의해야 합니다. 이걸 보면 소비자는 사육환경 1번 달걀로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1번인 줄 알고 비싸게 구입했는데 막상 뜯어보면 3번, 4번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문구에 대한 특별한 제한이 없어서 농장이나 유통업체에서 임의로 써도 딱히 규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또 1번란은 생산량이 워낙 적어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총 달걀 중 1% 안팎 정도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산란일자나 사육환경 번호를 작정하고 속이면 소비자는 파악할 방법이 없습니다. 최근 사육환경 번호를 허위로 표시해 유통한 업체가 적발돼 문제가 됐는데 소비자가 오해할 만한 문구와 함께 구체적인 기준과 규제가 필요해 보입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