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5 08:59  |  오피니언

[신형범의 千글자] AI 때문에, AI 덕분에…

[신형범의 千글자] AI 때문에, AI 덕분에…
‘튜링 테스트’라는 게 있습니다. 현대 컴퓨터 과학을 정립했다고 하는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이 1950년 논문에서 제안한 고전적인 인공지능(AI) 판별법입니다. 예컨대 상대가 사람인지 AI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실험 참가자가 양쪽 모두와 대화한 후 어느 쪽이 진짜 인간인지 알아맞히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인간으로 지목되는 비율이 50%가 넘은 AI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최근 오픈AI의 GPT4.5에 가상의 인격(페르소나)을 부여했을 때 실제 사람으로 인식한 확률이 73%에 달했다고 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GPT4.5와 GPT4o를 대상으로 ‘튜링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AI에 ‘인터넷문화와 비디오게임을 좋아하는 10대 후반의 내향적인 젊은이’라는 페르소나를 부여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해 테스트했습니다.

결과는 GPT4.5 인격형의 경우 평균 73%의 비율로 ‘사람이다’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이 10번 중 7번 이상을 AI를 사람으로 인식한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어느 쪽이 진짜 사람인지를 밝혀내기 위해 다양한 질문을 했는데 가장 유효한 것은 갑작스럽게 이상한 말을 했을 때 AI와 사람이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고 했습니다.

이런 현상을 방증하듯 요즘 기업 채용 담당자들은 AI 때문에 지원자의 진짜 실력을 가늠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합니다. 자기소개서나 추천서, 포트폴리오 등을 받아 보면 실제 본인이 작성한 것인지 AI로 생성해 제출한 것인지 도저히 분간할 수 없다는 겁니다.

물론 채용과정에서 AI 덕분에 채용절차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AI의 도움을 받아 더 좋은 후보자를 찾는 것 같은 긍정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에게 AI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현실적이지도 않습니다.

이미 기업 현장에서 업무에 두루 AI를 활용하고 있는 만큼 AI를 제대로 활용하는지를 평가하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채용에 필요한 문서를 작성할 때 AI 사용 여부보다는 지원자가 결과물에 대해 ‘지적 통제권’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인데 구체적인 방법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sglee640s@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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