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라이 릴리는 17일(현지 시각) 하루 한번 먹는 비만 치료제가 임상 3상 시험에서 성공했다고 밝혔다. 일라이 릴리 주가는 이같은 호재에 힘입어 뉴욕증시에서 14.3% 급등했다. 반면 경쟁업체인 노보 노보디스크 주가는 위고비 매출 감소 우려로 8% 급락했다.
현재 비만 치료제는 모두 주사제이다. 앞서 미국 제약사 암젠과 화이자가 잇달아 먹는 비만약의 임상시험을 진행하다 부작용이 나타나 중단을 선언한 만큼, 일라이 릴리가 먹는 비만약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의약업계의 시각이다.
일라이 릴리는 이날 경구용 당뇨·비만 치료제로 개발 중인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 임상 3상 시험 결과, 36㎎ 용량 약을 하루 한 번 먹은 참여자들이 9개월 동안 평균 7.3kg 체중을 감량했다고 밝혔다.
이번 임상 3상 시험은 미국괴 중국 인도 일본 멕시코에서 제2형 성인 당뇨병을 앓고 있는 비만 환자 559명을 대상으로 40주간 진행됐다. 회사는 이번 임상 3상은 이 약의 안전성과 내약성, 혈당 조절, 체중 감량 측면에서 기대치를 충족했다고 밝혔다. 안전성과 함께 체중을 줄이고 혈당 수치를 낮추는 효과를 확인했다는 얘기다.
현재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은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미국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 양강 구도다. 두 회사 제품 모두 소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주사제다.
주사제는 환자가 직접 일주일에 한 번 주사를 놓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큰 단점이다.
데이비드 릭스 일라이릴리 CEO. 사진=일라이 릴리
이에 반해 먹는 비만약은 개발하면 환자 편의성이 커져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대량 생산이 용이해 약값도 낮출 수 있다. 기존 비만약 펜 주사기는 일반 주사기보다 단가가 10배 이상 높다.

데이비드 릭스 일라이 릴리 CEO는 “오포글리프론은 하루 한 번 복용하는 편리한 알약으로, 승인된다면 대규모 생산과 전 세계적 보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라이 릴리는 이번 오포글리프론 임상 3상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 비만약 승인 신청을 먼저하고, 내년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도 승인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보 노디스크도 먹는 GLP-1 계열 리벨서스를 개발해 임상 3상 시험에 성공했지만, 당뇨병 치료제로만 허가를 받은 상태다.
일라이 릴리의 이번 임상 3상 시험 결과는 오는 6월 미국당뇨병학회(ADA)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며, 이후 학술지에 게재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의 한승연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국내에서는 이미 Metsera에 경구용 비만 플랫폼(총 6개 타깃) 기술수출 이력이 있는 디앤디파마텍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4월에 자체 비만 경구용 플랫폼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인 인벤티지랩도 관심 종목"이라고 말했다.
이성구 전문위원 news@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