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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3 08:27  |  오피니언

[신형범의 千글자]...공감능력이 필요한 때

[신형범의 千글자]...공감능력이 필요한 때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타인의 기분과 감정에 공감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배우지 않아도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타인의 처지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그 공감의 정도는 상대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과 가깝거나 같은 공동체에 속한 이들의 감정을 더 크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말은 나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나 집단에 대해서는 공감도가 떨어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착한 주인공의 아픔과 곤경에는 고통스러워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악당이 겪으면 별다른 동요를 느끼지 않는 것은 극단적인 예입니다. 상대를 확실한 적으로 인식하면 감정적 공감은 증오로 바뀌고 그의 고통에 무감각해질 뿐 아니라 자신이 가해자가 돼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공감은 사람을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흔히 공감을 타인의 감정에 동화되어 타인과 함께 웃고 슬퍼하는 것이라고 여기는데 이런 정서적 공감emotional empathy만 있는 건 아닙니다. 상대의 감정을 똑같이 느끼지는 않지만 상대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충분히 헤아릴 수 있는 공감, 즉 인지적 공감cognitive empathy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 슬퍼하는 친구를 끌어안고 감정에 동화되어 함께 눈물을 흘리는 것도 공감이지만 친구가 처한 슬픈 상황을 충분이 이해하고 그 슬픔을 덜어주기 위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거나 희망적인 생각을 갖도록 방법을 찾는 것도 공감이라는 얘기입니다.

정서적 공감과 인지적 공감을 구분하고 인지적 공감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은 한 인간이 성숙한 사회인으로 역할을 하는데 반드시 필요합니다. 환자의 고통에 공감해서 의사가 함께 울어준다고 환자가 낫지 않습니다. 적절한 진단과 치료, 처방을 하는 것이 인지적 공감에 가깝습니다.

지금 우리는 어지러운 시간을 통과하는 중입니다. 사회는 혼란하고 불확실성이 심해지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편가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곳곳에 악당이 넘쳐나지만 천만다행으로 마음을 주고 싶은 사람마저 없지는 않습니다. 이런 집단화와 타자화에 감정적 공감이 더해지면 누구든지 친절한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인지적 공감이 필요한 때입니다. 환갑을 지나 시간이 쏜 화살처럼 날아가는 구간에 들어섰습니다. 이제부터는 시간은 물론 다른 사람과도 사이좋게, 평화롭게 지내야 할 때입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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