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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4 08:41  |  오피니언

[신형범의 千글자]...물, 전기 먹는 하마

[신형범의 千글자]...물, 전기 먹는 하마
고백하자면 엊그제 월요일에 쓴 ‘2125년 대한민국’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글입니다. 우선 AI에 ‘인구통계 전문가’라는 지위를 부여한 다음 현재 대한민국 인구수와 합계출산율, 성비, 평균수명 등을 조건값으로 제시하고 100년 후 어떻게 될 지 예측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온 결과를 근거로 가상 디스토피아 스토리 몇 개와 각 에피소드는 100자를 넘지 않게 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유전자는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쪽으로 진화한다’는 리차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의 핵심 메시지를 바탕으로 한 철학적 고찰을 첨부하라고 명령어를 넣었습니다.

그렇게 몇 가지 질문과 초안을 받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0분 남짓. 실제 나와 있는 예측 데이터와 비교해 터무니없는 숫자는 수정하고 말이 안 되는 얘기는 고쳐서 내 문체로 다듬는 수고가 뒤따랐지만 기본 아이디어를 구상한 다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에피소드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은 대폭 줄일 수 있었습니다.

Chat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이렇게 빠르게 일상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간단한 정보 검색부터 보고서 작성, 고민 상담에 이르기까지 AI는 사람이 할 수고를 덜어줍니다. 여기서 더 얼마나, 어떤 식으로 진화할지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발전 속도도 빠릅니다.

얻는 게 있으면 치러야 할 대가도 있는 법. AI를 쓰면 쓸수록 지구는 메말라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 UC리버사이드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ChatGPT를 이용해 100단어 정도의 이메일 한 통을 쓸 때마다 물 520ml가 사용된다고 합니다. 동시에 LED전구 14개를 한 시간 동안 켜놓는 것과 같은 양(0.14kWh)의 전기도 필요합니다.

최근 ‘지브리 스타일’ 열풍으로 전세계가 떠들썩했는데 그런 이미지 1천 장을 만들려면 무려 2.9kWh의 전력이 소모된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을 30번 완전 충전하는 것과 같은 양입니다. 오픈AI가 일주일 동안 만든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만 7억 장에 달하는데 미국 6만7천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입니다.

물 사용량을 따지면 이메일 하나와 질문 몇 개면 큰 페트병(2L) 만큼의 물이 증발해버립니다. 데이터센터는 20~25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수많은 컴퓨터가 뿜어내는 열을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사용합니다. 데이터센터들이 몰려 있는 미국 버지니아주는 2023년 한 해에만 최소 70억리터의 물을 썼다고 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AI는 역설적인 존재입니다. 기업 간, 국가 간 개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AI는 ‘기후위기,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는 중입니다. 아침일기 한 편 쓰겠다고 AI의 도움을 받는 동안 내가 쓴 물과 전기는 얼마나 될까요?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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