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판사들의 실체](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4250816080624046a9e4dd7f220734641.jpg&nmt=30)
그래서 사람들은 법정을 진실을 밝히고 규명하는 곳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좀 다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봐 온 법정은 그런 곳이 아니었습니다. 이기적인 인간들의 거짓과 파렴치의 경연장입니다. 진실과 거짓이 싸우는 곳이 아니라 거짓과 더 나쁜 거짓의 전쟁터입니다. 힘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의 돈과 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집니다.
왜 그런 일들이 벌어질까요. 세상에 일률적으로 통일된 사법부는 없습니다. 수천 명의 제각각인 판사들이 존재할 뿐입니다. 판사마다 철학, 세계관, 가치관이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판사는 자기가 휴가 간 동안에 다른 판사가 자기 사건의 피고인을 보석으로 풀어줬다며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피고측으로부터 청탁을 받은 것 같다고 의심했습니다. 그리고 휴가에서 돌아와 그 피고인을 다시 구속시켰습니다.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관을 그만두고 변호사로 인생을 바꾼 선배 한 분이 변호사 생활을 갓 시작했을 때 한 말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판사를 그만두고 한두 달쯤 지나니까 내가 바보였다는 걸 알았어. 내가 둔하거나 너무 순진해서 사건에 가려진 진실을 알지 못하고 드러난 사실만 보고 판결한 것 같아. 다시 재판한다면 실수하지 않을 거야.”
착하고 성실한 판사였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고백입니다. 판사들 중에는 선배 같은 양심 있는 판사들이 대다수지만 그렇지 않은 판사들도 적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정치적, 지역적 편향을 가진 판사, 부패하고 권력의 눈치만 보는 판사도 있고 편협하고 교만한 판사도 많습니다. 판사들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고 그냥 보통 사람입니다.
그런데 판사들의 권한은 막강합니다. 결정적인 증거를 채택할 수도 있고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판사 마음입니다. 증거를 채택하더라도 안 믿을 수도 있습니다. 그에 따라 진실이 거짓이 될 수도 있고 과학적으로 확실한 사실이 부인되기도 합니다. 결국 판사의 결정이 과학보다 위인 셈입니다.
판사들은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집단입니다.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국민으로부터 한번도 통제 받은 적이 없습니다. 세상의 시선이 판사들에게 쏠리고 있습니다. 멋지고 영웅적인 판사를 기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사람들은 진짜 법과 양심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상식적이고 보통의 판사가 보고 싶을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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