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신안산선 터널 붕괴사고 발생 이후, 사망자 수습 이전에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가 용산정비창 수주 입찰용 홍보영상에 직접 등장한 사실이 알려지며 기업 모럴헤저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사고는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에서 진행 중인 신안산선 5-2공구 터널 공사현장에서 발생했다.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매몰됐고, 닷새 후인 16일에야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러나 회사의 공식 사과문은 사망자 수습 이후인 16일 저녁에서야 발표됐다.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사고가 나고 매몰 노동자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던 15일 서울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수주를 위한 입찰제안서에 홍보영상을 포함해 제출했다. 해당 영상에는 정 대표가 등장해 사업 계획과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장면이 담겼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대응을 두고 사고 수습보다 수익을 우선하는 행보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주를 위해 대표이사가 등장할 수도 있지만 세인의 관심을 끄는 중대한 사고가 난 상황에서는 하지 말았어야 하는 행동”이라며 “기업의 도덕성과 진정성에 대한 비난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이앤씨는 서울 도심 최대 규모 정비사업인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다. 총 공사비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이번 재개발사업은 단순 시공능력뿐 아니라 기업 신뢰도와 사회적 책임이 주요 평가 기준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연이은 사망사고와 무책임한 대응, 뒤늦은 사과와 과도한 입찰 마케팅은 조합원들 사이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한 조합원은 “노동자 생명도 지키지 못하는 회사에 조합원 자산을 맡길 수 있겠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 대표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 ‘안전과 품질 중심의 현장 문화 정착’을 강조했다”며 “하지만 불과 몇 달 사이 발생한 반복적인 중대재해와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안일한 대응은 이러한 약속이 공허한 선언에 불과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형식적인 안전 캠페인보다 실질적이고 구조적인 안전관리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포스코이앤씨의 브랜드 이미지가 중대재해로 크게 훼손된 만큼, 용산정비창 수주전에서도 ‘안전 불감증’ 이미지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수주 경쟁이 치열한 대형 도시정비사업에서 시공사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성은 중요한 평가 지표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포스코이앤씨가 근본적인 안전시스템 개선과 진정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신용승 기자 credit_v@beyondpost.co.kr